2026년 8월호 뉴스레터 슬로푸드 칼럼
- 슬로푸드코리아

- 8월 3일
- 2분 분량

농민문제는 우리 문제입니다.
김종덕(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7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농자재 가격 및 유류비, 인건비 등이 폭등하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정부의 근본대책을 요구한바 있습니다. 농민들이 피켓으로 든 농산물 가격은 공판장 가격기준 참외 1kg 800원, 토마토 1개 180원, 오이 1개 180원, 애호박 1개 250원, 방울토마토 1kg 1,600원입니다. 언뜻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이고, 저 가격을 받고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상품 가격은 생산자가 제시하는 원가에 이윤을 더해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농산물은 다릅니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산물을 별도로 거래하는 곳이 없을 경우 공판장에 출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들이 가격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공판장으로 출하하면 공판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공판가격은 생산자 농민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자 농민이 출하한 생산물에 대한 도매시장 공판가격이 농민에게 다 돌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포장비, 운송비, 상차비, 경매비용 등을 제외하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적습니다. 공판가격이 원가도 안되는데 거기에서 관련 비용을 빼어야 합니다.
농민들이 공판장 가격이 맞지 않아 공판장 출하를 하지 않을 경우 농장에서 폐기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것도 농민부담으로 폐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판장 출하를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구조로 인해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 손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이윤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생산비도 안되는 농산물 가격은 공정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을, 영농을 국가 및 사회적으로 정당한 활동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농민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농민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판매가격이 싸져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에게 좋아지는 면도 있을 수 있으나 일시적입니다. 그리고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영향과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적으로 돌아갑니다.
농민들의 농사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품앗이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 투입재 비용 상승 등으로 영농비용은 많이 들어가는데 비해 농산물 판매 수입은 농산물 판매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사짓기가 힘든 데다가 농사의 보람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과 단절되어 농사나 농산물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하며, 국민의 식량을 담당한다는 자부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민을 사회적으로 대우하는 기본소득이 생겨나 도움이 되고 있지만. 농사를 지속하는데 아직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힘든 상황이기에 자녀들이 대물림하는 것을 원치 않는 농민들도 꽤 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농촌에 젊은 농민이 없다면 미래가 없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청년들이 농촌으로, 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운동 창시자의 지적대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낡은 생각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입니다.”
농민이 농사짓기가 어려워진다면, 농민이 농업현장을 떠난다면 그 피해는 해당 농민이겠지만, 소비자들 또한 피해를 입습니다. 국가의 식량안보 또한 크게 문제가 됩니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 가로막히고,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사라지게 됩니다.
가뜩이나 영농 위험과 불안정 요소가 커지고, 기후변화, 농민들의 고령화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 그래도 농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농사를 계속지을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포함해 지속가능한 영농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이는 국가차원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들이 나서서 농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명 그 자체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민의 수고 덕분입니다. 농민이 어렵다면 당연히 나서야 하고, 슬로푸드운동에서 말하는 공동생산자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농민이 직면한 문제는 다른 어떤 민생 문제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또 우리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먹고,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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