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026년 3월호 뉴스레터_슬롶로푸드 칼럼

최종 수정일: 5월 7일

2026년 3월호 뉴스레터_슬롶로푸드 칼럼

치즈 제대로 알고 먹어요.

김종덕(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즈 소비량을 보면, 2018년 1인당 소비량이 연간 2.2kg이던 것이 2024년 4.0kg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초창기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슬라이스 치즈 위주였지만, 요즈음은 치즈와 한식의 만남으로 치즈가 한국식문화의 중요한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목장에서 직접 만드는 유가공 치즈 생산과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치즈 소비량의 80% 이상은 수입이며, 미국, 뉴질랜드, 독일에서의 수입비중이 높습니다. 치즈 소비량도 늘어나고, 치즈 메니아도 생겼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즈에 대해 잘 모르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동물의 젖중 우유를 치즈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7천년전 입니다. 그 유적이 중부 유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치즈 가공법은 점점 더 정교해졌습니다. 액체인 우유를 고체인 치즈로 만들 때 발효와 응결의 과정을 거칩니다. 발효는 자연적으로 우유속에 존재하거나 종균배양으로 추가된 유산균이 유당을 소화해 유산을 배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발효가 오래 진행될수록 유당농도가 낮아집니다. 응결은 반추동물 새끼의 네 번째 위에서 가져온 효소가 우유와 만나 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신석기 시대 농부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치즈를 만들어 우유가 소화가 안되어 생기는 유당불내성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치즈는 우유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유 생산이 넘쳐 소비를 다하지 못할 때 우유는 오래 저장하지 못하지만, 치즈는 저장성이 좋아 두고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우유를 치즈로 만들면 우유 무게의 1/10 정도가 되지만, 치즈가 부가가치가 높아 경제적으로도 이롭습니다. 치즈는 봄과 여름에 자라는 풀과 야생화의 자양분이 저장되어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유당불내성으로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세계 인구의 2/3와 아시아 사람들 대부분)도 치즈를 먹을 수 있습니다.

치즈는 전쟁 때 전쟁음식이 되기도 했고, 와인을 마시는데 안주로, 또 여러 음식을 만드는데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일 음식으로 보았을 때 치즈만큼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음식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치즈는 지역 여건(토양과 초지의 종류, 사육되는 동물의 종과 품종, 소금이나 장작 등의 자원, 미생물과 박테리아)에 따라 각기 다른 치즈가 만들어집니다. 치즈는 특정한 장소와 계절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치즈 수는 심하게 말하면 지역 숫자만큼 많습니다. 프랑스에는 246 종류의 치즈가 있기에, 드골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종류를 가진 프랑스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근대, 현대를 거치면서 치즈 생산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늘날 치즈 생산이 규모화, 국제화 되면서 치즈의 원료인 우유는 대부분 홀스타인에서 짠 살균처리된 것이고, 작은 치즈회사가 도태되고 규모가 커진 치즈회사들이 생산한 것이고, 공기중에 있는 박테리아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생성된 박테리아를 사용해 만든 것입니다.

대량생산된 치즈는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브랜드화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치즈가 지역 흙, 풀, 동물품종, 미생물의 반영이었지만, 산업화되고 획일화된 치즈가 자리한 오늘날 치즈는 주로 곡물 사료를 먹은 홀스타인 품종 소의 우유, 상업용 미생물과 박테리아로 만든 그냥 상품일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치즈의 지역성, 치즈의 다양성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습니다. 맛을 예측할 수 있는 치즈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다양한 치즈 맛을 즐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슬로푸드운동에서는 산업화된 치즈 대신 지역에 바탕을 둔, 살균 우유가 아닌 생우유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치즈,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슬로 치즈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치즈를 지키기 위해 홀수년마다 슬로푸드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브라(Bra)에서 슬로치즈 축제를 열고 있고, 2025년 슬로 치즈 축제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도 참관했습니다.

슬로푸드 치즈 축제(Slow Cheeze)에서는 치즈 심사와 관련해 치즈 모양, 맛과 향 못지않게 전통적 방식, 자연치즈, 경관보호, 높은 품질, 그것의 생산과정, 동물복지, 원유 구매시 생산자와 공정한 관계 등까지 포함해서 심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치즈에 대해 평가하고, 심사할 때 이러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만, 치즈의 다양성, 지속가능성을 위해 앞으로 치즈의 겉과 속의 밝기, 곰팡이 여부, 치즈모양, 조직도, 단단함, 탄력도, 발효 치즈 향 정도, 버터 향, 치즈 맛(신맛, 쓴맛, 짠맛, 고소한 맛)을 넘어 생산자의 환경과 지향, 동물복지, 생산과정까지 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