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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슬로푸드한국축제 참관기 (권은민 회원)



2022년 10월 27일, 그 날은 맑았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빤히 보이는 한옥호텔 오동재 잔디광장에는 100여명이 모여 앉았다. 행사장 입구에는 ‘오메 반갑소잉! 얼릉 오이다!’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번 행사는 지방에서 열리는 첫 번째 축제다. 개막식과 공로자에 대한 시상식을 마친 후 2군데로 나누어 맛 워크숍 개최. 아내와 나는 나물, 갯가 음식 2가지를 신청했다. 나물 시간에는 고사리에 대해, 갯가 시간에는 여수 앞바다 섬, 초도와 그 섬에서 자란 해초에 대해 배우고 시식했다. 울진에서 나고 자란 나물 명인, 지금도 초도에 사는 시인으로부터 듣는 강의는 흥미진진했다. 발표자들은 준비한 내용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고, 청중은 궁금한 것을 질문하려고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참석자들도 조금씩 알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재료를 채취하고 음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배울수록 새로웠다.


점심시간은 축제의 장. 100인분의 쌀밥에 각종 나물을 섞어 비빔밥을 만들었다. 차례로 줄을 지어 밥과 국 그리고 갓김치 등 반찬을 담았다.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온 밥을 남김없이 먹었다. 잔디광장에서 바로 보이는 여수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커다란 화물선이 없었더라면 호수인지 바다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식후에는 마당에 차려진 전시공간을 둘러보았다. 각 지역에서 회원들이 준비한 식재료와 음식을 맛보고, 그것을 준비한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 같이 설명을 듣는 사람들과 즉석에서 토론하기도 하면서 한 바퀴 돌았다. 아내는 말린 미역과 해초를 구매했다. 그러다가 청년 슬로우가 만든 막걸리를 만났다. 그녀가 만든 막걸리를 조금 맛보았는데 술맛이 안정적이면서 특유의 향을 잘 살리고 있어 좋았다. 같이 맛을 본 사람들이 모두 손맛이 있다고 칭찬하였다. 파주의 장 명인이 담근 대여섯 종류의 간장은 콩 이외의 곡물을 추가하여 맛이 서로 달랐는데 술 시음하듯이 조금씩 시음하면서 맛을 비교해 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제주 지부는 볼 것이 많았다. 사라져가는 음식과 재료를 찾아내어 맛의 방주에 등재한 것이 26가지나 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좁쌀의 한 종류인 ‘개발시리조’가 전시되어 있어 자세히 보았다. 조 이삭의 끝 부분이 개발처럼 갈라져 있었다. 하나의 작물이 사라지면 그것과 관련된 음식문화까지 같이 사라진다. 우리 고유문화를 지키는 제주지부가 자랑스럽다. 이날 같이 전시된 가루로 된 술, ‘강술’은 목동들을 위한 휴대용 술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부족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음식이 탄생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생산자와 판매자, 그리고 소비자의 구분이 없이 전시된 식품을 맛보고, 그 생산과정에 대해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였다. 각 지부의 전시장을 지키던 사람들도 다른 전시장에 가서 구경하고 그러다가 자기 쪽으로 사람이 오면 뛰어가서 설명하고 그러는 사이 회의실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종덕 회장님의 남도음식 발제에 이어, 발효음식, 여자만 소개, 섬음식의 특징과 음식문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어업에 대한 국제동향까지 수준 높은 발표가 이어졌다. 세미나를 통해 슬로푸드 운동의 현황과 향후 가야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음식잔치도 좋았지만 국제동향까지 포함한 세미나 발표가 행사의 격을 한층 더 높였다.


만찬은 뷔페식이었는데 반찬이 수 십 가지. 여수지부를 비롯하여 전국의 지부에서 만든 것이다. 정성이 깃든 음식은 처음 보는 것도 많았는데 모두 맛있었다. 이날 알게 된 표현으로 하자면 ‘개미진 맛’. 갯가 음식을 소개한 김진수 시인과 나란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그가 사는 초도 주민의 삶에 대해 듣고, 주민의 노령화현상을 같이 걱정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섬 지역의 음식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초도에 가보고 싶어졌다. 저녁 식사 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분들이 각자 사례발표를 하고 울릉 지부는 합창도 하면서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사이 밤이 깊었다.


여수 밤바다, 노래에 나오는 그곳에서 가을 축제를 즐겼다. 행사를 준비한 분들의 노고 덕분에 모든 일정이 편안했다. 단순 참가자인 나를 편안히 감싸준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은 울릉도에서 지역축제를 이어간단다. 벌써부터 가보고 싶어진다. 슬로푸드를 실천하는 첫 걸음은 회원들과 만나는 것이다. 생산자의 노고, 식품제조자의 의도를 알아 갈수록 음식이 달리 보인다. 소비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회원들이 애써 기르고 만든 것을 맛보고 의견을 말하는 것,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 그것이 슬로푸드 운동의 시작이라 믿는다. 그날 만났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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