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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FISH : 갯벌, 그 상상 이상의 가치

July 5, 2016

김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제 늙어서 뻘배를 탈 사람없고,

가리맛을 뽑을 사람도 없어질 것이요.

요즘 과학이 얼마나 발달했오,

기계로 뽑고, 기계로 운반하면 얼마나 좋겄소.

 

용두마을 마을이장이 갯벌에서 나오는 어머니들을 맞으며 하소연하듯 한 말이다. 지난 4월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에 가리맛 작업을 하기 위해 갯벌에 나간 사람은 모두 15명이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70세에 이른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얼굴을 감쌌던 수건과 모자를 벗고, 뻘 범벅이 된 옷을 씻자 비로소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갯벌에 닿을 듯 말 듯 팔을 갯벌에 집어넣어 가리맛 한 개를 뽑는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햇볕에 달궈진 펄에서 올라오는 열기다. 숨을 쉬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다. 대여섯 시간의 일을 마치고 100킬로그램에 이르는 채취한 가리맛을 뻘배에 실고 1km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그래도 가리맛을 많이 잡기만 한다면 한다면 힘든 것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철따라 우리마을 갯벌로 와준 가리맛이 어민들에게는 자식보다 낫다. 효자가 따로 없다.

 

* 갯벌, 아낌없이 준다.

 

‘개’는 ‘바다’를 말하며, 벌은 벌판이다. 바다에 있는 너른 벌판이다. 공식용어로는 ‘조간대’, 혹은 ‘간석지’라는 말도 사용한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땅, 그렇다고 육지라 할 수 없는 엄연한 바다의 영역이다. 한때 ‘쓸모없는 땅’이라 여겼다. 지금도 어떻게든 육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가치를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갯벌은 조류에 의해 바다의 흙과 모래가 운반되어 만들어지고 하지만 강과 하천을 따라 내려온 흙과 모래가 운반에너지가 약화되면서 강 하구나 섬 주변에 퇴적되면서 형성된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하구갯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다도해가 강하구역에 위치해 모래, 펄, 혼합, 자갈 등 다양한 갯벌들이 형성되어 ‘섬 갯벌’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갯벌은 바지락이나 갯지렁이에게는 산란장과 서식처로 내주고, 농사지을 땅과 공장을 지을 땅이 부족할 때는 인간에게 제 몸을 내준다. 해일이나 태풍이 일어날 때는 온 몸으로 감싸며 쓰나미를 잠재운다. 물을 보관하는 저수지 역할도 하고, 뭍에서 내려오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정화시켜주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또 도요새나 물떼새에게는 휴식처와 먹이를 공급해주며,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가는 긴 여정에 중간 쉼터를 제공한다. 인간에게 꼬막, 낙지, 짱뚱어, 바지락, 백합, 톳, 매생이 등 철철이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는 기특한 일도 한다. 최근에는 갯벌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힐링과 웰빙의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면적은 약 2400㎢ 그중 전남이 1073㎢로 42%에 이른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가치를 16조 원, 그 중 전남은 5조5500억 원으로, 논의 100배, 숲의 10배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 갯벌, 세계유산으로 거듭난다.

 

맨날 하지 말라고만 하면 우덜은 뭐 먹고 산다요.

우덜은 바다에서 나온 것 먹고사요.

오리는 한 마리도 못 잡게 하고는.

 

작심한 듯 ‘한풀이’ 하듯 말을 쏟아냈다. 감춰 놓았던 속내들이다. 백번 들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참새들이 나락을 까먹듯 오리들이 꼬막을 먹는데 대책은 없이 생태여행이네 갯벌의 가치네 하고 ‘씨부렁’거리는 것이 마뜩치 않다. 갯벌을 세계유산에 신청하기 위해 어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전라남도의 신안갯벌, 순천만갯벌, 벌교갯벌과 전라북도의 곰소만갯벌, 충청남도의 유부도갯벌을 대상으로 세계유산을 신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시작으로 남한산성과 백제 역사유직지구까지 모두 11개의 문화유산이 지정되었지만, 자연유산은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일하다. 2016년 현재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은 802건, 자연유산은 197건, 복합유산은 32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고 많은 사람이 거주하다보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유산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갯벌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 길에는 두 가지 고개가 있다. 하나는 지역주민의 동의요 , 다른 하나는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와덴해’ 갯벌과 다름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민족에게 갯벌은 단순히 해양생태계가 아니었이다. 오죽했으면 바지락밭, 굴밭, 미역밭이라 이름을 붙였을까. 마치 집 안의 텃밭처럼 담 너머 남새밭처럼 이용한 탓이다. 이것을 무시하거나 포기하고 세계유산에 지정하자고 한다면 필자도 반대다. 그런데 요즘 갯벌이 심상치 않다. 꼬막밭에 치패(어린 꼬막 혹은 종자)가 오지 않고, 바지락밭에 바지락이 산란을 하지 않는다. 수온 탓인지, 오염 탓인지 조사가 진행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옛날처럼 필요한 대로 먹고 싶은 대로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갯벌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세계유산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치 위기가 기회인 것처럼. 오리도, 꼬막도, 어민도 갯벌에 기대어 사는 갯벌생물이지 않던가. 인간이 갯벌의 주인으로 등극해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른 탓에 이 지경이 되지 않았는가.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이제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갯벌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와 접한 와덴해(북해갯벌)와 어떻게 다른가. 그 가능성을 ‘섬갯벌’에서 찾고 있다. 섬을 둘러싸고 형성된 갯벌이다. 너른 평원처럼 펼쳐진 와덴해의 갯벌은 산은 거의 없고 모래언덕이라 해야 10미터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수백 미터의 섬 주변으로 모래, 펄, 혼합, 자갈, 암반해안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간대가 형성되어 있다. 해양환경이 다양하니 생물종이 다양하고, 이를 먹고 사는 물새와 어민의 삶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질, 생물, 문화 분야에서 이를 입증해야 한다.

 

* 갯벌, 남도의 맛이다.

 

낙자는 요렇게 힘이 있어야 맛나고, 숭어는 입에 착 감겨야 맛나고, 꼬막은 붉은 피가 뚝 떨어져야 맛나고. 감태는 삭혀야 맛나고,

 

전라도하면 더나 할 것 없이 자랑하는 것이 음식이다. 밥상인심은 또 얼마나 후한지. 길손에게 숟가락 하나 쥐어주는 것은 다반사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상 위에 반찬을 올려놓고 ‘차린 것 없지만 밥이라도 많이 드세요’라고 한다. 이쯤이면 먼 길 달려온 고충과 여행지에서 불편함은 한 방에 날려버린다. 밥상머리에서 웃음꽃이 피는 것은 맛이 있고 맛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게미’는 갯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전라도 어머니들은 밥상을 차릴 때 갯것이 올라가야 손님대접을 한다고 믿었다. 생선이라도 굽고, 김이라도 올려야 했다. 갯밭에서 바지락 국이라도 끓여야 손님을 제대로 대접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이다. 완도의 고금면 뻘밭에서 노란 주전자와 호미를 들고 갯가에서 바지락을 파고 있는 어머니를 만났다. 가까이 가보니 주전자 안에는 바지락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통통한 해삼 몇 마리에 낙지도 두 마리나 있었다. 큰 낙지는 연포탕으로 하고 작은 것은 ‘탕탕이’로 먹을 것이고 했다. 잡을 때부터 요리까지 생각해두었다. 묻지도 않는 말도 덧붙였다.

 

딸이 도시로 시집을 갔는데 처음으로 시어머니모시고 온다요.

뭐하러 여그까지 올라고 하는지.

 

그래도 표정이 싫지 않는 눈치다. 딸도 얼추 환갑은 되었을 것 같다. 멀고도 먼 강원도로 산골로 시집을 갔으니 시댁에 몇 번이나 올 수 있었을까 싶다. 시어머니는 결혼식장에서 보고 첫걸음이다. 친정어머니는 걱정이다. 어떻게 대접을 해야 하나. 시장이 변변치 않고 뭍에서 좋은 것은 다 먹어 보았을 텐데. 물때가 되지 버릇처럼 주전자를 들고 호미하나 쥐고 갯밭으로 나섰다. 용왕님이 어찌 아셨는지 낙지도 보내고 해삼도 주셨다. 큰 주전자가 묵직할 정도로 바지락도 캤다. 이정도면 대접하는데 서운치는 않을 것 같아 표정이 밝다.

 

바지락, 맛, 망둑어, 숭어, 김, 대갱이 등 명절이면 자식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것도 모두 갯밭에서 얻은 것들이다. 어디 이뿐인가. 간간한 맛, 짭쪼롬한 맛, 삭힌맛, 묵은 맛 등 간을 맞추는 소금도 갯벌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이쯤이면 갯벌에 큰 절이라도 올려야 하지 않는가.

이런 갯벌을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괄시해왔던가. 또 갯사람은 얼마나 무시했는가.

 

마지막 어머니의 뻘배가 선창에 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멍 속에 몸을 숨긴 칠게들이 눈자루를 조심스럽게 올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갓 태어난 짱뚱어도 몸을 뒤뚱거리며 올라왔다. 녀석들을 노리는 마도요도 날라왔다. 그렇게 갯벌은 바다로 바뀌었다.

(이 글은 광주시청에서 발행하는 광주속삭임 2016년 최근 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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